태그 : 할일이없어서이러고있다는..
몇 년 만의 귀향..
' 그래 연휴도 짧고~! 기차표도 없어서 나는 못 가는거야~! '를 속으로
다짐하듯 스스로에게 확인시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철도사이트에 열차예약을
눌렀다. 그런데 웬걸.. 상행선, 하행선 KTX 예약이 다 가능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잊고 있었던... 철도마일리지 3만점. 그렇게 5만원에 왕복 기차표를
예매하고 뭔가에 떠밀리 듯 서울역을 향했다.
분주한 서울역에서 슬쩍 보이는 방송용 카메라를 피해 구석진 발권기로
향했으나 철도회원카드를 버렸던 기억과 함께.. 회원번호나 예매번호를
입력하라는 스크린 앞에서 좌절. '가지말까?' 정말 잠시 고민한 끝에..
창구에서 회원번호를 물어서 왕복 티켓을 모두 발권하고 보니..
기차 출발 시간이 대략 30분 남았길래 배도 채울겸 역사 안의 빵집으로 갔다.
'오 놀라운 빵가격'
웬만한 1천원대의 빵으로 보이는 애들은 2천원대.. 2천원대의 빵들로
보이는 것들은 4천원!파리 크로와상?이었나.. 엄청나구나. 그나마 천원대의
몇 가지는 자그마한 쿠키; 큰 맘 먹고 빵 두개를 고르니 4300원. 테이블이 많이
비었길래 한 자리 골라잡고 넷북을 꺼냈다. 사실 넷북이 없었으면 귀향의
확률은 줄어들었을 터였는데.. -_-;
아무튼 느긋하게 빵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미묘하게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가 포착돼서 고개를 들어보니 군데군데 위장팩을
칠한 듯한 노숙자 한 명이 앞에서 뭔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빵을 달라는
건지.. 돈을 달라는 건지.. 영화보느라 제대로 상황 파악이 안됐지만,
언제가부터 '절대 구걸에 자비는 없다'고 결정한 터라 귀찮은 듯 손을 휘휘~
휘저었더니 옆 자리로 가버렸다. 헙. 옆자리에 있던 아가씨.. 겁먹은 듯 동전
몇 개도 괜찮냐고 묻더니 동전을 건네주고 자리를 뜬다.
음;;; 괜히 씁쓸한 이 마음.
그래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남은 빵을 마저 먹고 나와서(장하다 -_-;)
화장실을 들렀다가 방송을 들어보니... 타야할 기차가 떠나기 3분 전~!!
헉.. 부랴부랴 뛰어서 승무원의 환한 미소와 함께 승차를 했다.
누구나 기차를 탈때면 옆좌석의 낯선 누군가와의 로맨틱한 인연을
꿈꾸는 걸까? 오랜 만의 기차라 조금은 기대를 해보기도 했는데...
'오 마이 갓!'
딱보니 어제 밤새껏 술자리를 가진 중년의 덩치 아저씨. 그것도 가족들을
기쁘게 해 줄 선물들을 잔뜩 품은... 다리를 쫙 벌리고 팔걸이도 훨씬 침범한
채로 주무셨는데 ..가끔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편하게 기지개를
켤 때마다 내 팔을 툭툭 쳐주셨다;
'잠깐!! 급한 일로 저 여기서 내릴께요!'
...라고 하면서 신나게 달리는 KTX를 세우고 유유히 다시 서울로 향하는
내 모습을 그려보며 한 번 싱긋.
'고향 가는 길이 참 쉽지는 않구나. 한 동안 안 갔으니..
오늘은 이렇게 가는건가.'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넷북의 영화감상에만 집중해서 그나마 편하게
무사 도착~!
집으로 오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몇 년 만에 꺼내든 지역교통카드는
'잔액이 부족합니다'를 내뱉어 주셨다. 1100원 현금으로 버스비를 지불하고
창밖으로 스쳐가는 낯익으면서도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며 그렇게
고향 집에 도착했다.
간단히 간식을 먹고...
음..
'아.. 집은 더 낯설었구나.'
# by | 2009/10/02 23:01 | 일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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